Exhibition view, <Teilchen-Zeit, 입자의 시간>, 2023, Jungganjijeom I, Seoul, Korea
Photo : Jeongkyun Goh
Courtesy Jungganjijeom
<Rhein>, 2023, 세라믹 타일 위에 수성 스프레이, 240x400cm
<입자의 시간>, 2023, 알루미늄 판, 가변설치
<원시의 몸> 2023, 세라믹, 가변설치
입자의 시간
중간지점 : 김민혜 개인전
2023.07.15 - 08.06
글 : 박유진
예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에는 쾌락이 아닌 진실이 있다. 한순간에 매료된 이미지를 함부로 꺼내어 놓지 않는다. 그것들의 사이를 오가고 충돌하고 균형을 맞추며 기다렸다가 때가 되면 뱉어낸다. 그러니 가장 어려운 것은 뱉어내는 일이 아니라 진실과 가까워질 때까지 기다리고 버티는 일이다.
2018년부터 김민혜는 조각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가장 기본적인 나무막대 형태에서 시작된 그의 세라믹 작업은 그 표면 위에 스프레이 그래피티, 스티커, 목탄, 연필 등의 재료로 어떤 제스처로만 남은 흔적들을 조각 위에 남기는 방식이었다. 이것은 조각에 무엇을 기록하기 위함이나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그 조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방해하기 위한 시도다.
<라인 Rhein>에도 이러한 작가의 고유의 방법론이 드러난다. 60개의 정사각형 세라믹 조각 위의 표면에 옮겨진 드로잉은 그가 흔적을 남기는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분이면서 동시에 전체이기도 한” 작가의 조각적 상상력을 담고 있다. <라인 Rhein>을 구성하는 하나의 정사각형 조각에는 뒤섞이면서 균형을 이루는 미묘한 질서가 존재한다. 그것은 큰 형태로 조합되고 정렬되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또한 이 납작한 조각은 중간지점 바닥 전체에 설치된다. 조각 위를 오고 가는 수많은 발걸음은 조각 위에 쓰여진 한 개인의 이야기를 흩어지고 뒤섞이게 만들며, 그것이 또 다시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가능성을 갖게 만든다.
전시장의 한 쪽 벽면에는 중간지점의 창문 사이즈와 형태를 반영하여 제작된 <입자의 시간>이 설치되어 있다. 작가는 물성이 없는 것들, 이를테면 아기를 안고 먹이고 재우던 방의 빛과 얼룩, 끊임없이 차오르고 비워지던 젖줄기의 운동성, 미지근한 땀과 젖의 온도, 끈적이는 촉감, 서로를 치열하게 쫓아야만 하는 아이와 부모의 시간과 같은 추상적인 이미지를 각각 다른 비정형의 조각들로 그려 알루미늄판 위에 작은 점 같은 빈 공간들을 만들었다.
투명한 조각들의 궤적을 납작한 철판에 새기는 행위는 가변적이고 연약한 이미지를 단단하고 분명한 이미지로 변환시키는 과정이자, 아이와 교감하며 느끼는 감각을 붙잡아 두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김민혜의 신작들에는 전작들 보다 개인적인 서사가 더욱 명확하게 작용한다. 의미를 생성하기 바쁜 서사는 언제나 이미지를 방해한다. 관람자를 조각 위에 세워놓음으로써 조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 번 방해하고,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서사를 드로잉과 함께 위에 쌓아 두 번 방해한다. 그 두 번의 시도가 통과하고 나면 조각은 간신히 존재하게 된다. 간신히 존재하는 조각은 더 선명하고 견고해 질뿐이다.